12. 회남자는 중국 전형의'중화주의"가 완성된
한나라 무제 시기에 희남왕 유안이 편찬한 책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중화주의 성립의 근거가 되는 이념과 사고방식을 반성하게 만드는
근원적인 성찰이 담겨 있다.

44. 집단지성은 피에르 레비가 제안한 개념으로
"어디에나 분포하며, 지속적으로 가치 부여되고, 실시간으로 조정되며,
실제로 동원 될수 있는 지성"으로 정의 한다.

이는 무엇보다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 의식의 무제한 교류와 지식의 교류를 설명한다.

하지만 이를 단지 사이버공간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집단지성은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 지성의 핵심적 역량이기 때문이다.

44. 집단지성은 다양한 관점과 가치관이 공존하면서도
공통의 주제를 논의하는 자유로운 마당을 여는 지성이다.

그것은 독창성과 창의성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게 한다.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집단지성은 영역의 제한 없이 수평으로 한없이 뻗어가는 뿌리줄기와 같다.

이와 달리,
집단의식은 수직방향으로 자라며 위계의 질서를 이루는 나무에 비유된다.

그것은 하나의 구심점,
예컨데 단일한 민족.국가.종교.파벌 등으로 모든 가치를 집합시킨다.

집단 내의 개인이나 핵심 그룹이 진리를 독점하고,
전체주의적이며 권력을 지향한다.

집단지성은 기존의 지식과 집단의식을 넘어
진리의 새로운 영토를 찿아가는 지성의 연대이다.

이런 집단지성은 권력에서 벗어나려 한다.
권력은 집단내의 의사소통을 방해해 집단의식을 구축하려는 속성을 띠지만,

집단지성은 권력의 통제를 뿌리치고 끊임없이 뻗어가려는 속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인류 지성의 획기적인 전환은 기본적으로 집단지성의 활동에 의존해 왔다.

과거의 지식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지식의 영토를 개척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온 원동력이다.

48. 집단의식과 집단지성은 통합적 지식(진리)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지식을 거부하는 극단의 상대주의와 구별된다.

집단의식과 집단지성은 모두 지식의 통합을 추구한다.

그러나 통합의 성격과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집단의식은 단일한 이념에 집단 내의 모든 사람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반면 집단지성은 차이가 있는 무수한 지식과 생각을 존중하는 가운데서
서로가 동의하는 질서를 발견하고자 한다.

130.근심하지 않고 않고 즐거워하지도 않음은 덕의 극치이다.

도에 통하여 변함이 없음은 고요함의 극치이다.
욕심을 품지 않음은 비움의 극치이다.

좋아하고 싫어함이 없음은 평정의 극치이다.
사물에 얽매여 정신이 산란치 않음은 순수의 극치이다.

이 다섯가지에 능숙하면 신명에 통한다.
신명에 통함은 곧 그 내면에서 얻는 것이다. -원도훈

134. 신명과 도를 밖에서 구하는 자는 이를 안에서 잃게 된다.
하지만 이를 자신의 내면에서 지키는 사람은 밖에서도 얻게 된다.

비유컨데 뿌리와 지엽의 관계와 같다.
뿌리를 잡아 당기면 모든 줄기와 잎이 남김없이 끌려오게 된다. - 정신훈

137. 무릇 대자연이 나에게 형체를 주어 땅 위에 살게 하고,
나를 살려 힘써 일하게 하며, 나를 늙게 하여 쉬도록 하고,

나를 죽게 하여 휴식하도록 만든다.
나를 잘 살리는 대자연이 또한 나를 잘 죽게도 하는 것이다.-숙진훈

140. 만물에는 귀하거나 천함이 없다.

그 귀한 바에 따라 귀히 여기면,
사물에는 귀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 천한 바에 따라 천히 여기면,
사물은 천하지 않는 것이 없다. -제속훈

142. 인간의 삶이 대자연의 질서와 긴밀하게 이어져 있으며,
자연위 섭리를 계속 거역하면 반드시 자연재앙이 뒤따른다고 말한다.

이것은 2천여 년 전에 동아시아인들이 대자연 속에서 얻은 통찰이다.
그러나 서구에서 비롯된 근대문명은 이제야 비로소 이런 깨달음에 도달하고 있다.

예로부터 서구문명은 자연계 너머에 자연의 힘을 초월한 절대적 신이 있다고 상정했고,
근대에 와서는 다시 자연의 힘을 넘어서는 인간의 권능을 맹신했다.

어느 경우나 자연은 이른바 "만들어진 것" 이상의 존재론적 지위를 향유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자연을 함부로 대하고, 또 조작의 대상으로 삼는 게 허용되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인들은 대자연 자체를 넘어서는
절대적 초월자로서의 유일신을 만들어 내지 않았다.

대신 차이를 가진 천지만물 각자의 운동과 질서를 존중했으며,
그 안에서 "도'를 발견했다.

151. 인류 역사는 군위적 단원주의에서 민주적 다원주의로서 서서히 이전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성취는 여전히 충분치 않다.

우리 주변에는 희망의 징조보다 위협의 요인들이 더 많이 널려 있다.

반목과 갈등을 부추기는 지역주의 정치, 신앙의 탈을 쓰고
정치권력화한 근본주의 종교, 주체사상이나 반공주위와 같은 독선적인 이데올로기,

자민족중심주의에 뿌리를 둔 "동북공정"류의 프로젝트 등이 나라 안밖에서 들끊고 있다.

이들 각자가 서로 대립하는 것 같지만,
실은 모두 동일한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호남 지역주의가 그렇고, 기독교 근본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가 그렇고,
북한의 주체사상과 남한의 반공주의가 그렇고, 중화민족주의와 한민족우월주의가 또한 그렇다.

이런 배타적 이념을 부추기는 자들은 자기와 다른 남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자기 것을 절대화.보편화하며, 끊임없이 외부의 적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증오의 집단의식"에 몰아 넣는 자신의 존립과 권력을 도모한다.

155. 무릇 맑은 거울은 사물의 형태를 비추는 데 편리하지만,
먹을 것을 담는 데는 광주리만 못하다.

털이 고르고 순수한 소는 종묘의 희생으로 적합하지만,
기우제에 바치는 것으로는 검은 뱀만 못하다.

이를 통해 볼 때, 만물에는 귀하거나 천함이 없다 -제속훈

171. 단일한 가치에 집착하는 원리주의자들에게
특히 부족한 것이 역사서에 대한 인식이다.

역사성이란 말 그대로 "역사적인 성질' 이다.

즉 시간의 변화에 따라 사물에 다르게 부여되는 성질이다.
모든 사물에는 이런 역사성이 있다.

역사성의 차원에서 보면,
세상에 불변적, 선천적, 공정적인 가치를 지니는 사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변화'는 모던 사물의 피할수 없는 운명이다.
따라서 만일 불변의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 는 것 뿐이다.

172.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불변하는 본질적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원리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문화의 역사성에 무지하거나, 아니면 역사성을 일부러 은페한다.
원리주의자들이 역사성을 은페할 때 쓰는 상투적인 논법이 있다.

자기들이 옹호하는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이
어떤 순수하고 절대적인 근원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내세우는 것이다.

그것은 흔히 "성인의말씀" "신의계시" 혹은 "조상의 가르침" 따위로 포장 된다.

177. 형식을 따지는 예법과 금기에 집착하는 것은 모든 원리주의자들의 공통된 성향이다.
원리주의자들은 사람들의 사소한 행위 하나하나에 주술을 건다.

이것은 성인이, 조상이, 혹은 신이 명한 행동양식이니 반드시 해야 하고,
저것은 우리와 다른 이단의 방식이니 절대 따르면 안된다는

예법과 금기의 주술. 이런 주술은 대개 종교. 이념. 국가. 민족. 지역 따위의 경계를 가르고,
그 영역을 확고히 하는 데 활용된다.

그리하여 유교에서는 절을 해야 하고 기독교인이 절을 하면 안되고,
포도주는 마셔도 되고 막걸리는 마시면 않되는 따위의 형식적 금기와 예법에 목숨을 거는 일이 벌어진다.

179. 종교의 타락여부는 신안의 기복화와 교리체계의 교조화 정도로 가늠할 수 있다.
세속적인 기복에 집중할 수록 그리고 교리체계가 배타적이고 교조적일수록,
그 종교는 더 심하게 타락한다.

한편 "종교가 타락하면 성직자가 급증한다."는 말도 있다.

181. 유교와 기독교, 그리고 반공주의와 공산주의와 서로 상극인 것 같지만,
실은 성리학이 다져놓은 근본주의 체질의 토대에 기독교가 교회당을 짖고,

다시 남한의 반공기념탑과 북한의 주체사상탑이 올라 갔다.
그리하여 사서삼경과 주자에 대한 경배, 성경과 예수에 대한 맹신,

그리고 주체사상과 김일성 부자에 대한 충성의 맹세가
그리고 닮은 양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원한.분노.저주를 담은 유교의 "사문난적" 기독교의 "사탄" 공산주의 자들의 "반동"
그리고 반공주의자등의 "빨갱이" 따위의 언사가 하나같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

하지만 만약 유교와 기독교와 주체사상 따위를 잘 모를 뿐더러
관심도 없는 외계인이 와서 본다면,

그것들은 오십보백보일게 분명하다.
별반 다르지 않는 사고방식과 행위양태인 것이다.

그러니 예로부터 "닮은 사람끼리 싸운다"고 한다.

이점에서 우리나라의 유교와 기독교, 반공주의와 주체사상의 관계는 참으로 얄궂다고 할 수 있다.

198. 회남자가 말하는 무위의 통치술은,
첫째 일관된 원칙과 법규를 세워 통치하며,
둘째 군주의 간여를 최소화하고,
셋째 관료들의 직능별 권한을 극대화하되 그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것이다.

211. 기쁨과 노여움은 도가 편벽해 치우친 것이다.
근심과 슬픔은 덕을 잃은 것이다. 좋아하고 싫어함은 마음의 평정을 잃고 치우친 것이다.

즐김과 욕망은 본성에 괴로움을 끼친다.

사람이 크게 화를 내면 음기가 손상되고 크게 기쁘하면 양기가 손상된다.
기가 압박되면 말문이 막히고 놀라움과 두려움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근심하고 슬퍼하며 원한이 많으면 병이 무거워지고 좋아하고
싫어함이 지나치면 불행이 번갈아 찾아 온다.

그러므로 근심하지도 않고 즐거워 하지 않음은 덕의 극치이다.
도에 통하여 변함이 없음은 고요함(정)의 극치다.

욕심을 품지 않음은 비움의 극치이다.
좋아하고 싫어함이 없음은 평정의 극치이다.

사물에 얽매여 정신이 산란치 않음은 순수의 극치다.

이 다섯가지에 능숙하면 신명에 통한다.
신명에 통함은 곧 그 내면에서 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