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22. 나의 글쓰기 정신 이랄까,
마음 가짐이랄까 하는 것은 바로 뤼쉰의 그것이에요.

글쓰는 기법, 문장의 아름다움, 속에서 타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때로는 정공법으로,
때로는 비유,은유.풍자.해학,익살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세련된 문장작법을 그에게서 많이 배웠지요.

76. 일제 말기가 될수록,
항일지하운동이나 민족해방투쟁의 주력은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였으니까요.

히틀러 나치 독일 점령하의 많은 유럽 국가들에게서도,
우익은 일찍 굴욕하거나 나치 협력자가 되었고 좌익과 공산주의자들은
거의 목숨을 바쳐 반나치 저항 운동에 투신하지 않았어요.

79. 미국이 임정의 법통을 인정하고 건준을 수렴하여 발전적으로 활용했다면
해방정국의 모습은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타깝게도 미국은 통치의 편의만 고려했을 뿐
한 민족의 운명따위는 관심이 없었거나 무지하였다.

83. 해방된지 15년이 지난 1960년 5월 7일,
그러니까 1948년 독립정부가 수립된지 12년이 지난 후에도,

일제 경찰 전력자 총장의 비율이 70퍼센트, 경감이 40퍼센트,
]경위가 15퍼센트 였어요.

이것이 해방후의 이북과 이남을 비교할 때
우리가 생각해야 할 중대한 차이입니다.

친일파가 지배한 문야는 경찰만이 아니었다.
검찰, 법원, 국회, 내각,학계, 경재계, 언론계, 문화계 가릴것 없이
친일파가 요직을 두루 차지한 가운데 개중에는 물적,사회적 토대를 바탕으로 세습하기에 이르렸다.

이런 반민족적 현상을 거론하거나 비판하면 친일후예와
여기에 종속된 보수언론, 지식인, 정치권력은 여지없이 "친북좌파"로 몰아 쳤다.

그리고 자신들의 부끄러운 친일행각을 덮기 위해,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을 젖혀두고 1948년 남한단독정부 수립을 "건국절" 이라고 억지 쓴다.

불과 4년 동안이나 나치 지배를 받았던 프랑스에서는 전쟁이 끝난 뒤
나치에 협력한 프랑스인 약 13만명을 재판정에 세워 사형집행 800여명,
종신강제노동형 2700 여 명을 처벌했다.

일제의 침략을 15년간 받았던 중국 국민당 정부는
역시 전쟁 뒤 친일 친일반민족 세력 한간 3만80900여명을 기소하여 사형 포함 1만5000여명을 처벌하였다.

이처럼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전쟁이 끝난 직후 반역자들을 단호하게 처단하였다.

나는 역사에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인지
이 민족에 대한 일본의 통치가 20년만 더 계속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해 보는 일이 있다.

일본의 통치술이 비범했는지는 모르지만
해방 전 어느 시기에서이 민족은 이미 사실상 거의 일본인이 다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베트남 민족은 1867년에 프랑스 식민지가 되엇지만 식민군대와
100년 후에도 무기를 들고 전쟁을 벌일 만큼 끈질겼다.

알제리 민족은 1830년에 프랑스 식민지가 되어 120년 지난 뒤에도
8년간의 독립전쟁을 치를 만큼 민족의식이 강했다.

인도네시아는 1602년에, 인도는 1600년에 각기 식민지가 되어 가장 긴 식민통치를 받았던 나라이지만
300년 후에는 독립전쟁을 벌일만큼 동화 되지 않고 자기를 유지될 수 있었다.

우리의 35년간은 이에 비하면 거의 잠깐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우리는 민족적 에너지를 사실상 상실했던 것이 아닐까.

과거 원나라와 청나라의 허술했던 지배에서 되살아난 것을 가지고
이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다" 라고 답하기에는,

일제 말기의 실태는 너무나 일본화해 있었다는 것이
나의 숨김없는 솔직한 심경이다.

87. 내가 존경하는 김구 선생이 신탁통치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것을 지지했더라면
나 역시 그래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훗날의 이승만씨 집권과 그의 타락, 부패한 친일파들의
반민족적 정권유지의 원초적 협조자의 한사람이 되었다는 희한이 지금에도 가시지 않고 있다.

"신탁통치 찬성=공산당" 이라는 당시 정치투쟁의 단순논리 의미를
내가 궤뚫어볼 능력이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승만과 그 추종세력이"반탁"의 여세를 몰아 민족분단.
단독정부 수립으로 민족의 순수한 열망을 악용할 줄은 몰랐다.

131. 내 생활 신조는 SIMPLE LIFE, HIGH THINKING 입니다.
물질이 내 몸에 많을 수록 정신이 그 만큼 분산되고 번잡해지며,

재물이든 권세든 물질을 늘리기 위해 거기에 집착할수록
내면적,도덕적, 철학적, 인간적 성숙도는 그에 정비Fp하여,
아니 그 제곱에 비례하여 고갈되어 갑니다.

그래서 나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물질에 무관심했습니다.

159. 자유는 인간존재의 전부이며 그 본질이다.
본질을 부정당했거나 박탈당한 상태는 자유가 아닐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가 아니다.

"자유인" 만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간이라 할 수 있다.

160. 우리나라 신문은 역대 정권과의 관계와 존재양식에서
"무법" 적인 강한 정권에게 한없이 약하고

총칼을 차지 않는 문치성 정부에는 폭력적으로 포악했다.
같은 하나의 정권에게도 양면적으로 대했다.

그 군력집단이 눈을 부라리면 언론은 두손을 비벼가며 정권을 찬송했다.
그토록 찬송을 바쳤던 권력이 기울기 시작하면 비방과 매도를 일삼았다.

161. 리영희는 이승만이 구축한 카리스마의 실체와 권력유지형태도 에리하게 짚어낸다.

하나는 미국의 후원
둘째는 스스로의 독재권력
셋째는 친일반역집단,
넷째는 남한의 반공주의 기독교이지요

이승만의 집권 중반기에 들어 오면,
이승만 이외의 존재는 용인되지 않지요.

심지어 김구선생까지도 용공분자로 몰아 암살해버릴 정도니까요.

남로당이나 좌익쪽은 말할 것도 없고
우익도 이승만에 집중된 독립운동이나 활동만 선전되었고,

그밖의 일제하 애국지사들의 영웅적인 행위는 교과서에서나
언론매체에서나 일절 배제되었지요.

이것은 마치 북한에서 독립운동과 애국적인 행위를 한 사람은 김일성 밖에 없는 것으로 묘사되고
선전된 역사 왜곡과 어쩌면 그렇게 닮은 꼴인지,놀라울 정도입니다.

자기 이름을 비자 신청 서류에 까지 쓰게 하고
모든 공공기간과 심지어 사적 공간까지 자기 사진을 걸게 했으니까

게다가 철저한 언론탄압과 여론조작, 공작을 통해서
그의 카리스마 형성을 위한 국가적 수단이 동원되었어요.

그 결과 이미 6.25 전쟁 전후시기에 진정한 애국자들과 양심적 지도자들이
남한을 버리고 북한에 갔어요.

흔히 남한에서 지난 수십년동안 "납북자" 라고 불리던 수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납북이라는 말이 뜻하는 대로 "끌려간 사람들" 이 아니라

대부분은 이승만 정권치하 친일민족반역자들의 통치를 거부하고
자진해서 북한으로 넘어간 거예요.

172. 정도를 걷는 언론인으로서,
우상을 배척하는 지식인으로서 철두철미 했던

리영희의 눈에 박정희는 '배반자이자 기회주의자이자 변절자" 일 뿐이다.

"요컨대 박정희는 일제강점기에는 "천황" 숭배자이면서 민족의 반역자였으며,
방이 되자 그 당시 남한의 사상적 주류였던 남로당에 째빨리 편승했는가 하면,

여수,순천,사건으로 형세가 불리해지자
자신의 사상과 충성을 맹세했던 남로당은 물론 자신의 책임으로 관리하고 있던
비밀당원의 명단까지 미군정에 팔아넘긴자로써 철저한 기화주의자이고 변절자였다.

218. 베트남 전쟁은 그에 앞선 스페인전쟁(1934-1936)과 함께
현대사에서 인류의 양심을 시험한 두 전쟁이라고 일컬어져 왔다.

근대에 들어서 동서양에 하고 많은 전쟁이 있었고,
20세기 현대에서만도 전체 지구를 덮은 처절한 전쟁이 두번이나 있었다.

그런데도 유독 스페인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두고
"인류의 양심에 그어진 상처' 라고 괴로워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베트남동란'은 그 성격과 배경이 복잡하다.
그 전쟁 한쪽 당사자가 공산주의 세력이고 다른 한쪽이 반공주의세력이라는 사실만으로
베트남 동란을 "공산주의대 반공주의 대결"로 획일화한 단색적 도식화는 진실에서 너무나 먼것이다.

바로 그 "공산주의"의 주도자로 그 동란에 뒤어든
미국이 결국 실패하고 만 것은 베트남 동란의 복잡한 성격과 배경을 지나치게
단색적으로 도식화햇던 결과이다.

베트남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1945년 8월 연합국의 승리로 일본의 점령에서 해방이되었다.
그러자 인도 차이나 반도를 100년 동안 지배하다

일본에 좇겨낫던 프랑스는 일본의 철수 후 다시 베트남을 식민화하려고
군사적 재 점령을 시도하였던 것이다.

호치민을 지도자로 하는 베트남 인민은 일단 손에 넣은 독립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프랑스 군과 맞서 싸웠다.

독립세력과 식민세력, 아시아 후진민족 과 유럽백인세력, 원시적 민병 과 현대적 군대사이의
8년간에 걸친 전쟁은 1954년비엔푸에서 프랑스군의 결정적인 패배로 끝났다.

이것이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또는 베트남 전쟁이다.

베트남 인민은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그 승리를 다진,
강화조약인 제네바협정으로 국토와 인민이 남북으로 분단되는 비운을 감수해야 햇다.

제네바협정은 '북위 17도선을 임시 군사분계선으로 정하고
베트남 인민군과 프랑스 연합군은 각각 군사분계선의 북쪽과 남쪽으로 철수하여 집결한다.

그러나 군사분계선은 결코 정치적 또는 영토적 경계로 해석 될 수 없다.
이 협정 체결로부터
2년 후인 1956년 7월 남북 베트남을 아우른 총선거를 실시하여 베트남을 통일되도록 한다."고 규정했던 것이다.

약속한 총선에서 호치민의 승리가 확실한 것을 예상한
미국은 프랑스를 대신해서 남베트남의 실권을 장악하는 한편,

미국에 망명중이던 딘 디엠을 들여보내 총선 실시 거부를 선언케 하였다.
이시점에서 부터 제2차 베트남 전쟁 즉 미국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거니와,
베트남 전쟁은 그러므로 단순한 "공산주의 대 반공산주의"의 대결이 아니다.

민족주의 대 제국주의, 독립투쟁 대 식민주의, 혁명 대 반혁명, 통일 대 분열, 독립 대 의존,
인권 대 반 인권, 자유 대 억압, 황색인 대 백색인, ...

그리고 그 밖에도 상상 할 수 있는 20세기의 모든 갈등 요소가 뒤범벅이 되어서 전개된 전쟁이었다.
그것이 "20세기 인류의 양심에 그어진 상처" 라고 일컬어지는 까닭이다.

243. "얕은 재주나 술수는 우직한 성실만 못하다."

259. 유시민 <청춘의독서>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리영희 선생은 말한다.

진실.지리.끝없는 성찰,
그리고 인시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신념과 지조,진리를 위해 고난을 감수하는 용기,
지식인은 이러한 것들과 더불어 산다.

'성찰을 게을리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핑계삼아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느냐?
너는 언제나 너의 의식을 바르게 하고 그 인식을 실천과 결부시키려고 최선을 다 했느냐"

(이 질문앞에서) 부끄럽다.
당당하게 대답할수가 없다.

"사상의 은사." 앞에 서는 것이 서는 것이 정녕 이토록 두려운 것인가.

265. 리영희는 학자로서 전공을 깊이 들어가야 하느냐,
아니면 더 많은 대중에게 우선 당면한 상황에서 필요한 영향을 줄것이냐의 기로에서 후자를 택했다.

그의 현실 참여는 중국 자가 루쉰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무신론자인 나는 그의 철학과 사상과 방법론에 공감하였다.
중국어의 저서를 사전을 찾아가며 힘겹게 읽어가든

어느 날 가슴에 와 닿는 한구 절에 마주쳤다.
"가령 말일셰, 강철로된 방이 있다고 하세.
안에는 많은 사람이 깊이 잠들어 있어,
오래잖아 괴로워 하며 죽을 것이야.

그들은 혼수상태에서 죽음에이르는 과정에 놓여 있으면서도
죽음의 비얘를 조금도 느끼지 못한다네.

이때 자네가 큰 소리를 질러서그들에게 다소 의식이 또렷한 몇 사람을 깨워 일으킨다고 하세.

그러면 불행한 이 몇사람에게 살아날 가망도 없는 임종의 고통만을 주게 될것인데,
그래도 자네는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대담 형식의 이 구절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장제스 총통 치하의 중국 사회를 풍자한 글이다.

모든면에서 장제스 치하 중국을 방불케 했던
박정희 치하에서 고민하던 나는 이 구절을 읽는 순간 ,

그 구절을 무덤에서 루쉰이 내게 타이르는 소리 같이 들렸다.

나는 눈을 뜨고 정신을 번쩍 짜렸다.
나는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결심하였다.
그 순간, 나의 삶의 내용과방향과 목적은 결정되었다.

맹목적이고 광신적이며 비이성적인 반공주의에 마취되어 있는 사람들을 잠에서 깨어나게 하여
의식을 바로 잡아주는 일이 나&#47504; 삶의 전부가 되었다.

304. 나라의 어려움이 과연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국민의 욕구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
그 욕구를 억제하는 것으로 이익을 삼는 사람들의 권력욕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

장기적인 안목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315. 마르코 폴로-동방견문록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체르니체프스키-무엇을 할것이가
토스토예쁘스키-죽음의 집의 기록
네루-세계사 편력
안토니오 그램시-옥중수고.어른이 되면 무엇을 할까.
한용운-조선독립의서
신체호-조선상고사
홍명희-이꺽정안중근-동양평화론

382. "용서" 라는 것은 용서를 안해도 되는,
강자만이 할 수 있는 자기선택적인 것이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약자가 자청해서 할 수 있는 미덕은 아니다.
용서란 승자가 배풀때에는 위대한 도덕성을 과시하는 미덕일수 있지만,

패자가 부르짖으면 꼴불견이 된다.
비굴은 자기 기만일수가 있다.

404.세계의 정치개혁운동사에서,
어느나라의 경우에나 큰 공통점이 있어요.

우익은 이권으로 뭉치고 좌익은 이념으로 모이지만,
동시에 우익은 이권분배의 크기로 분열되고,

좌익은 이념의 지나치게 정밀화, 세밀화에 집착하는"작음"의 고질적 아집 때문에 망한다는
역사적 경험이에요.경험적으로 그렇잖아요.

439. 작가 이호철은 누구보다 리영희를 잘 아는 사람중 하나다.

그의 <리영희론>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타고난, 매사에 못 참아하는 급한 성격"
"평북 촌뜨기적 화끈함과 철저성"은 오랜 언론계 생활에서 길들여진

'특종기사에의 욕심"
"당대의 대표적 지식인이고자 하는 의욕" 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그로 하여금 70년대에서 80년대에 걸친
대변혁기의 한 가운데를 감당하게 한 것이다.

446. 페어 플레이는 그것을 이해하는 상대에게 적용될 때
비로서 공정한 게임을 기대할 수 있다.

459. 남명은 퇴계와 같은 해에 태어난
유학자로써 벼슬길에 나아가라는 퇴계의 권고도 거절하면서,

학문을 알기만 하면 족한 것이 아니라
반궁체험과 지경실행이 더욱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실행하였다.

그는 특히 실천궁행을 가장 중시하였는데,
그의 일상생활에서도 철저한 절재로 일관하여 불의와는 터럭만큼도 타협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영희는 남명 조식을 많이 닮았다고 하겠다.

488. 터키의 이스탄불에서는 비잔틴제국 멸망과 함께 이슬람 세력이 장악하고서도
이교도(동방정교)의 본산인 "하기야 소피아" 대성당을 파괴하는 대신

오히려 더 증축하고 보호한 것을 보면서 이슬람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