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 은 변역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이 극단적인 양극에 걸려 있다.

예전에 서당에서 함께 공부하던 학생이
중국의 어떤 학자가 <시경>은 현대어로 변역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하면서

주석만 달린 책을 나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 학자는 <시경>을 번역할 수 없다는 한쪽 끝에 서 있는 셈이 된다.

13. <시경>은 한마디로 말하면 중국 고대 주나라의 노래 모음집이다.
시기는 대략 기원전 11세기부터 6 세기까지 5백년에 걸친 작품이다.

<시경>은 처음에는 "경전"이라는 뜻의 "경'은 붙이지 않았다.
그냥 시 또는 시삼백 이라고만 불렀다.

<역경> <서경> 등의 경전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시의 경전 " 속의 '시"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시가 아니고
"시경속의 시" 만을 가르친다.

즉 보통명사가 아니고 고유명사인 셈이다.

<시경>에는 모두 305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 시들은 <국풍> <소아> <대아> <송> 의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밖에 가사가 없어졌다거나 또는 본래 가사가 없었다고 하면서
제목만 남아 있는 시가 있다.

이를 "생시" 라고 하며 6편이 있다.
이것까지 합하면 311편이 된다.

18. <한서> <예문지>에 "옛날에는 시를 채집하는 관리가 있었다.
천자는 그것으로 풍속을 보고 득실을 살펴 스스로 바르게 하였다" 라고 하였다.

채시관이 각 지방의 노래를 모아오면
민심의 동향과 정치의 득실을 살펴서 행정에 참고하였다는 것이다.

시를 수집하는 일은 위로는 채시관과 같은 정부관리의 일이였으나,
아래로는 농한기에 자식이 없는 부인이나 노인들도 하였다.

또 제후들이 나라에 바치기 위해 시를 수집하기도 했다.

이것은 주나라 관리인 태사나 사관이 편찬 정리하였다.

<시경>은 바로 채시나 헌시의 과정을 통하여 생성되고 수집되었다.

그런데 옛날에는 이렇게 하여 채집된 시가 3천여 편이나 있었는데
공자가 그 중에서 3백여편을 모아 지금의 <시경>을 편찬하였다고 한다.